원래 디월트 사의 공구 가방을 캠핑툴 가방으로 쓰고 있었습니다.
50*25*25 정도 되는 물건인데, 어느 날 부모님이 캠핑을 다녀오신 후 가방을 정리하려고 보니(사용 후의 정비는 제 몫 ^0^)
분명 저번 달까지는 잘 닫히던 주둥이 밖으로 몇 가지 물품이 넘쳐서 쏟아지기 직전이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가방을 바꿀 때다.
지난 번에는 좀 급하게 구입하느라(저는 캠핑에 별로 흥미가 없었던 시절)
그냥 튼튼하기만 한 공구가방을 구입했었습니다.
헌데 저도 이제 나이를 먹었고, 속세의 굴레 밖 푸르른 초원이 주는 해방감과 고양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재작년이었나요? 넷피엑스 블프 때 긁어모은 캠핑용품들을 이제야 본격적으로 사용해 볼 때가 된 것입니다.
(그 동안은 부모님께서 주로 사용하셨었거든요.)
그래서 늘어난 도구를 전부 품을 정도로 넉넉하며, 품질 면에서 저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적당한 가방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크기 면에서 적당한 패트롤 백이나 파일럿 슈트 가방 등등이 물망에 올랐지만 솔직히 확신이 없었습니다.
'패트롤'이라는 검색어를 지우고 아예 가방 카테고리를 샅샅이 뒤지던 중, 바로 LBD 리마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더플백은 저하고 연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3일 정도의 여행은 동생이 선물해 준 AMP24만으로도 차고 넘쳤거든요.
제가 정말 군인처럼 이사를 다녀야 하는 입장이 아니라면 딱히 필요가 없는 물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입장이 달라졌죠.
저는 다른 제품을 다 내팽개치고 과연 이 녀석이 캠핑도구 가방에 적합한 지를 두고 랜선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1050D 나일론?
내구성 합격.
듀플렉스 부자재?
5.11 가방만 다섯 개를 가지고 있음.
망가진 녀석? 없음. 합격.
자주 사용하는 도구에 대한 접근성?
가방 외측에 몰리 패널 있음. 합격.
도보 이동, 차량 트렁크에서의 조작 등 다양한 환경에서 다루기가 쉬운가?
중앙 손잡이, 좌우측과 몰리패널 반대편에 손잡이, 게다가 변신하는 어깨끈까지. 합격.
사실 다트 더플백도 눈여겨 보기는 했습니다.
다만 용량이 비교적 작고, 외부 몰리패널이 없는 점, 그리고 상대적으로 약한 420D 나일론이라는 점에서 점수를 좀 깎았습니다.
(구입했으면 피눈물 흘릴 뻔... 이유는 나중에...)
같은 라인업의 엑스레이와 저울질을 해본 결과, xray를 샀다가 너무 크면 여러모로 곤란하겠다는 생각에 리마로 낙점하였습니다.
가방이 커지면 거기에 들어갈 물건이 더 늘어날 것 같아서요.
사실 리마로 결정하고 나서도 크기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남은 건 구입 뿐.
인데, 언제 구입하느냐가 관건이었습니다.
다음 달 만기가 돌아오는 적금을 찾아 시원하게 구입할 것이냐...?
카드신의 힘을 빌어 물건을 손에 쥐고, 한 달 뒤에 돌아올 업보와 대면할 것이냐...?
그러나 이 고민은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바로...
넷피엑스 온라인 패밀리 데이
가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달인가, 간신히 VIP를 찍은 제 쿠폰함에는 금쪽 같은 40% 할인 쿠폰이 친히 강림해 계셨습니다.
아... 이것은 하늘의 이끄심이로다...
반값에 나온 옥의 티 제품을 살까말까 거리만 재다가 떠나보낸 우드 스토브(70%할인. 막차 개꿀!)와 함께
일말의 고민도 없이 주문해버렸습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먹는다?
아닙니다. 넷피엑스에서는 일찍 결제하는 사람이 물건을 갖습니다.
하여튼...
엊그제 주문을 했는데 오늘 총알같이 도착했습니다.
사실 사는 곳이 넷피엑스 본사 근처라(...) 직접수령하러 가도 되는데,
예전에 두어 차례 받으러 가본 결과 택배로 받는 것이 낫더군요.
어이쿠, 잡설은 여기까지.
온통 강철로 만들어진 우드 스토브 아래 처참하게 짜부가 된 리마를 꺼내어,
터지기 일보직전인 공구가방의 짐들을 하나씩 옮겨담기 시작했습니다.
아아... 저는 옳았습니다.
지난 번 거버 스파인은 제 예상과 전혀 다른 물건이었지만,
리마는 저를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사랑해요 5.11!
이제부터 사진...
가게가 지저분한 건 봐주시길...
(일이 너무 바빠서 청소할 시간이 별로 읍다능...)
일단 모든 짐을 다 욱여넣고도 넉넉했습니다.
덕분에 어머니의 '이것도 들어가니?' 라는 말씀을 세 번이나 들어야 했습니다.
최종적으로 저 물건들 + 에어펌프 + 에어 베개 몇 개까지 수납이 가능했습니다.
주둥이가 일반적인 지퍼식이 아니라 뚜껑처럼 되어 있어서 넣을 때 매우 편했고요,
또한 내용물을 한 눈에 확인하고 꺼내기에도 좋았습니다.
(저기 있는 물건 중 8할은 넷피엑스에서 산 것...)
추가로 본문의 제품 정보에는 안 나와있는 듯 한데, 공식 홈페이지에 의하면 수납 용량은 56리터라고 합니다.
만약 다트를 샀으면... 끔-찍
(참고로 LBD Xray는 106리터라고 하네요. Xray 샀으면 짐 다 넣고 저까지 들어갔을 듯...)
외부 몰리 패널에는 자주 사용하는 도구들을 결속해보았습니다.
지금은 나이프 주머니 역할을 하고 있는 5.11 메드킷 파우치, 레더맨 멀티툴, 해저드4의 플래시 라이트 파우치가 결속되어 있네요.
다른 제품이었으면 외부 주머니에 넣어야 해서 크기가 맞지 않거나 넣고 빼는 것이 번거로웠겠죠?
제일 놀랍고 만족스러웠던 것은 이 어깨끈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일반적인 어깨끈인 줄 알고 잘라내 버리려고(...) 했었는데...
보통 백팩에서는 저 버클을 해제하면 가방을 쉽게 벗을 수 있도록 분리가 되죠?
하지만 이 녀석은...
버클을 해제하면, 주르륵 늘어나 긴 어깨끈이 됩니다!
캬... 역시 만듦새... 진짜 할 말을 잃게 만듭니다...
(근데 하복은 왜 그렇게 만들었어...?)
잘랐으면 주옥될 뻔?
결론적으로...
잘 샀습니다.
정말 잘 샀습니다.
이 꼭두새벽에 리뷰를 쓰게 할 정도로 잘 만들었고 잘 샀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40% 쿠폰으로 제 등을 떠밀어주신 넷피엑스의 임직원 분들과 5.11의 가방 디자이너 양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앞으로도 넷피엑스에 충성하는 고객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PS.
스파인 리뷰 때보다 쎄빠닥이 긴 것은 기부니가 좋기 때문입니다.
기부니가 좋아지면 쎄빠닥이 길어지는 편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