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밀리터리ㆍ아웃도어 세상
NETPX | 2018-10-10 08:11:45 | 댓글 0 | 조회수3,728
특전사 3공수 여단 복무시절 분기 강하로 특교단 매산리에서 정기 강하훈련을 할때였습니다.(1년에 4회를 실시하며 기상상황이 안좋을때는 UH60으로 패스트로프 훈련으로 강하훈련을 대체합니다 )
대략적인 상황 묘사로는 낙하산 무장강하 준비를 하고(산악복이라고 텔레토비같은 두툼한 패드가 덧대진 허트로커의 폭발물 제거복같이 생긴옷을 입습니다. 그위에 하네스를 착용 그위에 양 겨드랑이 부위로 속칭 오리라고 부르는 수면위 착지시 장비가 워낙에 무거운지라 익사사고 방지를 위해 가스봄베가 달린 끈을 당겨 작동시키면 에어백처럼 부레가 부풀어 오르는 장비와 납덩이같은 주낙하산과 다시 돌덩이 같은 비상 낙하산 그리고 허리부위엔 다리사이로 끔찍히 무거운 군장을 거꾸로 메달아 장착해 배부위에 총기와 유사시 로프를 절단할 나이프등을 장착합니다.
위의 열거한 장비들이 제몸무게보다 무거웠으니 10발자국도 걷기 힘들정도로 무겁습니다. ㅎ 매우 힘들고 숨막히는 과정과 시간이라 내심 강하가 싫지만은 않은 유일하게 군생활중 가장 흥분되는 귀중한 시간인데 워낙에 장비를 굉장히 타이트하게 체결해서 기다리는 시간이 매우 괴롭습니다 그렇게 지루한 대기를 하다 차례가 오면 치누크 헬기에 올라 잠시 주변 DZ를 날다 점프마스터의 신호에 자리에서 일어나 낙하산의 후크를 와이어에 걸고 점프 신호 램프가 켜지면 점프를 실시하는 훈련입니다.
헬기는 로터 엔진음으로 엄청나게 시끄럽고 기압차로 먹먹한 귀상태로 조그만 외부 창으로 매산리 주변 경관을 내려다 보노라면 아직도 잊혀지지않는 생생하게 멋진 장면이라 매우 흥분된 상태였는데 문제의 경험을 말씀드리자면 치누크 내부 천정부에 강철 와이어가 지나가는데 그 와이어에 주낙하산 웨빙 후크를 걸어 후크에 있는 구멍에 철사를 넣고 구부립니다(후크가 잠긴뒤 철사를 구멍에 넣어 구부려 오작동으로 기체내의 와이어에 낙하산의 후크가 이탈됨을 막아주는 마지막 안전장치, 소화기의 철사와 비슷한 원리)
그걸 머릿속으로 상기하며 묘한 고저차의 울렁거림을 느낄때쯤 강하의 타이밍이 오게되어 강하조장의 수신호에 맟춰 후크를 거는 작업을 실시한뒤 앞사람의 어깨를 터치해 강하조장까지 문제없음을 알리는 상황이 왔는데 문제는 후크가 어딘가에 충격을 받았는지 와이어에 후크를 걸고 잠그려는데 금속후크가 휘었는지 잠기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지금 생각해보니 워낙에 다들 토탈 웨이트가 다 120키로는 우습게 넘는것이었고 대기중 누군가 제 후크를 밟으며 철판이 휘며 그사이로도 흙모래가 들어가지 않았나 싶습니다) 순간 아차 싶었고 당연히 잠그지 않으면 후크에 구멍들이 일치되지 않아 철사도 들어가지 않는 구조입니다 안전검사 순서는 후크를 잠그고 철사를 건뒤에 후크를 흔들어 강하조장에게 마지막 준비가 끝났다는 행동을 보입니다.
저는 후크에 매달리다시피 잠그려 안간힘을 썼고 기체가 워낙 흔들리는지라 앞사람을 건드렸는지 앞사람은 이미 강하조장까지 안전 이상무 신호를 보낸 상황이었습니다. 머리가 하얘진 상태에서 강하 30초전 수신호를 보고 머리가 하얘젔습니다. 이상보고를 알릴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는지라 식은땀이 비오듯 쏟아졌습니다 (그당시엔 치누크가 기름먹는 하마라고 지독히 교육받았는지라 기체 바퀴가 지면에서 30센치정도 뜬순간 500원짜리를 자루로 들이붇는 속도의 연비라는 ㅎㅎ)하여튼 문제를 일으키면 다른 강하자를 위험에 빠뜨리는 지역에 떨어뜨리게 된다거나(2초정도 망설이면 제 바로 강하자는 산뒤에 수풀지역에 떨어져 큰사고로 이어질수 있습니다) 1회 강하 비용에 유류비로 몇천만원을 사용한다는 그 복잡한 압박감에 희한하게도 그목숨이 걸린 상황에서 그간의 강하교육때 받은 타인을 위험에 빠뜨릴수 있다는 이상한 심리로 에라 모르겠다로 결국 점프를 하게됬는데 그 안전고리를 붙잡은채 이상한 자세로 점프하며 헬기 후면부에 강하자들의 로프들을 걷어 정리하는 강하조장과 순간 눈을 마주치며 낙하를 하게됬습니다 그찰나에 점프마스터가 제 상황을 눈치챈 그 질겁한 표정은 ㅋㅋㅋ 아직도 그 표정을 잊지 못하겠습니다 아마도 평생동안 ㅎㅎ 헬기에서 멀어지며 그 강하조장과 서로 눈을 쳐다보며 하늘을 날았습니다 다행히 아무일없이 운좋게 낙하산이 잘작동해 지면에 문제없이 착지해 강하를 마쳤고 추후 부대에 복귀해 부대내에서 후크 고장사례로 문제가 밝혀져 알려져 왜 이상유무를 알리지 않았느냐 난리가 나버렸습니다.
살아남은 댓가로 영창확정에서 잘 대처했다 어쨌다 그런 분위기로 어찌저찌하여 하마터면 진급이 막힐뻔한 대대장은 관대한(?)처우로 연병장 무장 구보로 끝낸 추억이 있습니다 정말로 믿거나 말거나 얘기지만 이런 말도안되는 일이 일어나는게 군대란걸 새삼 그때 알게됐습니다 이얘긴 제대하여 한동안 친구들끼리 술안주로 꺼내어 보아도 군대 허풍으로 무시되어 정말 억울한(?)죽다 살아 돌아온 경험이네요.
넷피엑스 분들은 모두 믿어주실꺼라 믿습니다 살면서미션임파서블 톰크루즈 같은 무모한 일을 겪어본 군생활 해본 1인 이었네요 그당시엔 살벌한 목숨이 달린 문제였지만 지금은 가끔 그때를 생각하면 웃음이 나올정도로 희안한 일이었던거 같습니다 누군가에겐 지루할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겐 공감할수 있는 멋진이야기 제가 경험한 매우 놀랍고도 잊을수 없는 경험담 이었습니다 넷피엑스 여러분들도 안전 조심하시고 쌀쌀해지는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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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3-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