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d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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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10 12: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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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98
(긴 글을 시작하기 앞서, 지루함을 달래드릴 사진이 없어 죄송합니다. 경찰서 안에서 막 여기저기를 찍을 수는 없을 것 같아서요)
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어쩔 수 없이 도검소지허가를 얻어야만 원하는 칼을 구할 수 있는 때가 오곤 합니다.
아니 좋은 걸 뭐 어떡해요…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좋은 걸...
지금이 그 때입니다.
하필이면 이 시국에, 정확히는 지난 주에 도소 얻겠다고 경찰서를 찾아갔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경찰서 안에 제발로 걸어들어가면 뭔가 공기가 무거워요.
경찰관 분들도 친절하게 인사해주시고 문도 막 먼저 열어주시고 하는데도 뭔가 잘못한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이전(대충 10년 전?)에 도검소지허가 할 때에는 서류 쓰고 증명사진 2장 내고 끝이었는데…
세상이 흉흉해서 그런지 많이 엄격해진 모양입니다.
지난주에 집 인근의 경찰서 찾아가서 생활질서계 경찰관님 뵙고 서류제출하려 했는데
최근 세간에 벌어졌던 사건들 때문에 이제 도소허가 신청에는 경찰관 면담이 필요하시다 하시더라고요.
안으로 들어오라며 문 열어주시는 경찰관님 따라 들어가며 여쭤봤습니다.
“아 인천의 그 아파트단지에서 일본도…”
“네 맞아요.”
“아이구야…”
문 열어주시는 경찰관님의 건조한 대답. 씁쓸하게 느껴졌습니다.
솔직히 어떤 물건이든 흉기가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을 겁니다.
주변에 흔한 볼펜이라고 사람 못 해할까요 (영화 본 아이덴티티에서 맷 데이먼 행님이 볼펜으로 콕콕콕)
주워듣자니 특전사 분들은 젓가락 던지는 투검술도 배우신다는 모양이던데.
소화기도 마음만 먹으면 둔기가 될 수 있고 보도블럭도 뽑아 쥐면 흉기가 되고 형광등도 깨뜨리면 날붙이 못지않은 살벌한 게 되는데.
(* 제가 해봤다는 건 아닙니다)
제발로 도검소지허가 얻겠다며 경찰관님 앞에 적법한 서류들 마련하여 검토받고 제출하려는 사람을 참…… 무슨 몹쓸 사람과 동급으로 취급 하는 건지.
뭐 여튼 중간에 우울해서 넋두리 해봤습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요, ㅋㅋㅋ 경찰관님 면담하는데 ㅋㅋㅋㅋㅋ
Q : 혹시 이웃하고 소음이나 주차 문제로 불화가 있으셨던 적 있습니까?
A : 아뇨
Q : 가족관계는? 거주형태는? 선생님 직업은?
A : (대충 이것저것 상세한 대답)
신상정보에 대한 온갖 걸 다 묻더라고요!
뭐 신청하려는 사람이 급하니 다 대답해드렸습니다.
(중략)
Q : 이성교제에서 데이트폭력이나 폭언 등은?
A : 선생님 죄송합니다만… 사귀어 본 적이 없습니다
Q : 앗… 죄송합니다 (경찰아저씨 웃참 ㅠㅠ)
A : (치명적 내상) ㅠㅠ
(중략)
Q : 칼 구매하시는 목적이?
A : 취미예요! 칼 좋아해서요.
Q : (난감한 표정) …
경찰관님 말씀으로는 “검도 하시는 분들은 무술 수련에 필수적으로 필요하기도 하고, 무도단증 같이 공식적으로 증명할 자격증이 있으니 빠르게 객관적인 이해가 되는데 취미라면 깊게 여쭤볼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하시더라고요
졸지에 심층면접 ㄱㄱ
A : 정말이에요. 이전에도 도검소지허가 얻어서 칼 산 적 있습니다. 이전번 칼 등록번호는 *******(7자리 숫자) 이예요.
그나마 이전에 사두고 도소 얻어둔 칼 등록번호 바로 말씀드렸습니다.
경찰관님도 듣고서는 바로 받아적으시고 고개 끄덕끄덕.
+ 면담 마치고 나가기 전에 들은 말이 기억에 남네요.
경찰에 요즘 중앙으로부터 방침이 떨어진 모양입니다.
극단적인 집회니 갑호비상이니 뭐니 해서 한동안 도소 등 흉기 관련 불출을 가능한 자제하라는 내용이랍니다.
그래서 도소 허가도 다른 때 같았으면 2주 걸리는데, 이번에 신청 주신 건은 많이 걸릴 수도 있다고…
뭐 잘 되겠지요. 나름 이 취미가 사람들 보기에 위험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는 점은 경험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나라에서 관에서 방어적으로 시행하려는 것도 이해는 해요.
무엇보다 제가 지킬 건 잘 지키면서 살았는데요.
이제는 시간만 흐르면 될 일이겠지요.
부디 경찰이 지레 겁을 먹고, 법 지켜가면서 취미 하겠다는 애꿎은 사람 잡을 일은 없기를 바라며 막연히 기다려봅니다.
나중에 잘 풀리면 어떻게 되었는지 글 또 올려보겠습니다.
월요일 화이팅입니다. 우리 모두 상큼하게 주말까지 잘 버텨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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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3-05-08